그렇게 3주 정도 쉬고 생후 261일, 교정 174일에 찹쌀미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책도 참고 했다. 내가 참고한 책은 이유식 책 중에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인 마더스 고양이님의 “아이가 잘 먹는 이유식은 따로 있다”와 배우 소유진님의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이유식”이라는 책이다. 그리고 책을 따로 사거나 빌릴 필요 없이 “맘마유의 친절한 이유식”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책 내용은 다 비슷하니 아무거나 봐도 괜찮다. 나도 책을 상세히 읽어보진 않았고 식단과 레시피만 참고했다.

찹쌀미음, 양배추미음, 감자미음, 청경채미음, 고구마미음, 브로콜리미음, 오이미음, 애호박미음, 단호박미음

이렇게 9개의 메뉴를 3일씩 먹였다. 메뉴는 겹칠 정도로 무난한 걸로 만들었는데 제철 채소를 먹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지 오이와 애호박이 너무 비쌌다. 그 전에 쌀미음은 밥으로 했고 찹쌀미음은 찹쌀가루를 사용했었다. 모든 메뉴는 쌀 대신 그때 쓰고 남은 찹쌀가루를 사용했다.

이번 이유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서두르지 않고 아이에게 맞춰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절대 억지로 먹이지 않았다. 하루에 보통 30ml를 먹이라고 하는데 10ml는 커녕 네다섯 숟갈 정도 먹는다. 얼마 정도 먹는지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적게 먹어서 한 통에 소분해서 두명 같이 먹였다. 브로콜리미음 할때쯤 돼서야 어느 정도 먹어서 이유식 용기를 샀다.

이유식 할때 애들이 잘 먹지 않는다면 이유식 하는 시간이나 농도를 바꿔보길 바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딱히 정해진 시간에 애들을 깨워서 하루를 시작하지 않는다. 낮잠도 놀다가 알아서 자도록 둔다. 아마 실패했을 때는 하루 일과가 아직 덜 잡혔던 것 같다. 지금은 애들이 알아서 7시쯤에 일어나면 8시쯤에 분유를 주고 10시에 이유식을 먹이고 11시에 분유 수유를 한다.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데 너무 배가 고프면 애들은 분유를 찾느라 안 먹고 너무 배가 안 고프면 안 고파서 안 먹는다. 적절한 시간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잡히는 것이 좋다.
우리 애들은 물처럼 주르륵 흐를수록 잘 먹긴 했는데 걸죽한 것을 좋아하는 애들도 있다고 한다. 걸죽하면 먹이기에도 쉽기 때문에 서서히 묽기를 되직하게 해주었다. 10배죽, 20배죽이라는 것은 쌀 대비 물이 10배, 20배라는 것이다. 물 250에 찹쌀가루 15 정도로 시작해서 마지막 매뉴는 10배죽 정도로 해주었다.
그 외에 애들이 이유식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재료가 정말 입에 안 맞고 싫을 수도 있고, 턱받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고, 의자에 앉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고, 졸린 시간에 먹여서 싫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유식을 잘 먹이기 위해서는 아기님의 비유를 잘 맞춰드려야 한다.

 

양배추미음
감자미음
청경채미음
고구마미음
브로콜리미음
오이미음

 

 
이유식 도구들은 필요할 때마다 그때 그때 쿠팡으로 주문했다. 믹서기는 기존에 쓰던 걸 쓰고 있고 호기롭게 산 절구 세트는 딱 한번 썼다. 채망은 그 전에는 쓰긴 했는데 이번에는 밥이 아니라 가루로 해서 굳이 채망에 거르지 않았다. 라면 1봉지 끓이려고 샀던 밀크팬으로 이유식을 만들고, 도마도 그냥 일반 도마를 쓴다. 턱받이는 따로 사지 않고 손수건을 삼각형으로 묶어서 쓴다. 애들은 어느 정도 먹기 시작하면서 용량에 맞춰 소분하기 위해 100ml 짜리 이유식 용기를 샀다. 이유식 스푼 성능(?)은 다 비슷해보여서 그냥 예쁜 걸로 샀다. 쌍둥이라 두개 사긴 했지만 실제로 먹일 때는 스푼 하나로 먹인다. 하이체어는 남편 친구에게 얻은 야마토야 뉴스쿠스쿠를 쓰고 있다. 초기1때 준비물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지난 주말부터 소고기미음을 시작으로 초기2를 하고 있다. 오늘이 네번째날인데 다행히 소고기 들어간 것도 잘 먹어주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어야겠다.

Posted by 닮은

생후 179일, 교정 92일 선둥이 후둥이 모두 6키로 후반이었을때 외래에서 7키로가 넘으면 이유식을 하라고 했다. 나는 육아의 이응도 모르고 그냥 애들을 살려서 잘 키워준 병원을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에 시키는대로 하는 편이다. 그 날로 이유식에 대해서 찾아보고 애들이 7키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결국 7키로는 1월 15일 다음 외래를 볼때가 돼서야 넘게 되었다. 이제 막 7키로가 됐고 아직 앉지도 못하는데 너무 빨리 하는건 아닌가 생각 한 것도 있고, 사실 약간 귀찮은 것도 있긴 했는데 애들 이유식은 잘 먹냐고 물어봐서 아직 안 먹이는데요.. 했더니 지금 먹이셔도 된다다. 이 얘기를 들었더니 왠지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이유식을 서두르게 됐고 결국 초기 이유식을 실패했다.

이유식은 떠날 이 離 젖 유 乳 즉, 젖을 떼고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완모 아기는 6개월 후, 완분 아기는 4-6개월 이내에 하면 된다고 한다. 초기 이유식은 두단계로 나뉘는데 초기1은 알러지 반응을 보기 위해 채소 한가지와 쌀로 만든 미음을 준다. 초기2부터는 육수를 쓰고, 소고기나 닭고기를 먹고, 채소도 두세가지를 넣는다.

나는 마음이 급해서 초기1을 두번만에 끝내려고 했는데 이것때문에 실패한 것 같다. 친구네 애들이 초기1을 쌀과 찹쌀만 하고 바로 초기2를 넘어갔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급하게 체망(거품 건지는 국자)을 사고 쿠팡으로 이유식 숟가락을 주문했다. 키티 덕후였던 시절 샀던 계량 저울을 이제야 쓰는구나 생각했다. 생후 219일 교정 132일, 갓 7키로를 넘겼을 때였다. 식단표는 다음과 같다.

 

쌀미음 4일
찹쌀미음 4일
소고기미음 3일
소고기애호박미음 3일
소고기양배추미음 3일
소고기청경채미음3일, (1일차까지 하고 이유식 중단)

잘 먹는 애들도 아니었는데 초기1만 하고 2로 바로 넘어간 것이 이유식을 실패한 첫번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게 절대 아니다. 4-6개월 쯤에는 엄마에게서 받은 철분발이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분 보충을 위해 초기2(소고기)를 빨리 하는 것이 드문 경우가 아니다. 단 소고기 맛이나 냄새 때문에 아기가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기 반응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유식은 아기도 처음이지만 만드는 엄마도 처음이다. 내가 이유식을 만들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바로 양이다. 도대체 얼마와 얼마를 넣어서 결국 양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가? 모유 정도의 묽기가 될때까지 끓이라는데, 굳이 끓이지 않아고 섞기만 해도 그 정도의 묽기인데 뭐라는건지. 쌀가루로 하는 방법, 밥으로 하는 방법, 쌀을 불려서 하는 방법 중 뭘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계량 또한 책마다 블로그마다 천차만별이다. 한번이라도 만들어봤어야 감이라도 잡을텐데 말이다. 이렇게 이유식에 이응도 모르고 만들다 보니 욕심만 생겨서 소고기도 많이 채소도 많이 쌀가루도 많이 많이 넣고 말았다. 아기 성향도 모르고 진한게 좋은 줄 알고 진하게 만든 것이 실패한 두번째 원인인 것 같다. 이게 더 큰 원인인 것 같다.. 사실 1을 두번만 하고 2로 넘어갔더라도 먹기 싫어하면 그 날은 몇숟갈만 주고, 굳이 3일 딱딱 맞춰할 필요 없이 천천히 조금씩 일주일 정도를 주었다면 막 잘 먹기까지는 아니어도 중간에 쉬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쨌든 그건 가정일 뿐이니까 ㅎㅎ

소고기 청경채 미음 - 욕심 부려 소고기를 많이 넣었더니 갈색에 가까워진 미음이다. 애들 입장에서는 소고기 냄새나 맛이 정말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다른 엄마들이 이유식을 너무 안 먹어요 하는거 다 우리 애들처럼 안 먹는 줄 알았다. 고개 도리도리 하거나 혀로 밀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엉엉 울고 대성통곡을 했다. 운다고 입을 앙 벌리면 그때 쏙 넣었다. 18일째, 소고기 청경채 미음 1일차에 아무래도 이건 아닌거 같아서 이렇게 싫어하는데 계속 먹여야 하냐고 맘스홀릭에 글을 올렸더니 무려 아기 학대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 댓글을 보고 나도 울고 아기도 울고 결국 그 날로 이유식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 후 3주 정도를 쉬고 다시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욕심을 버리고 아주 천천히 진행했다. 초기1을 한달을 하고 오늘 마지막 메뉴를 들어갔다. 억지로 먹이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울면 먹이지 않았다. 그리고 애들이 어설프지만 앉을 수 있게 된 것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른둥이들은 특히 이유식을 먹이기가 쉽지 않다. 일단 도대체 생후로 먹여야 하는지 교정일로 먹여야 하는지부터 판단하기가 어렵다. 또 잘 안 먹는 아이일 경우 괜히 이유식을 했다가 몸무게가 안 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는 엄마들도 많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이때쯤 먹이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앉지도 못하고 이도 안 났는데 너무 빠른건 아닌가 하는 엄마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 병원에서 이유식 시작하라는 말은 이유식을 식사로 하라는 말이 아닐 것이다. 정말 조금씩 이유식 숟가락으로 세네 숟갈 정도만 먹여도 된다. 앉을 수 없으면 안고 먹이면 된다. 아직 수유를 대신할 정도로 먹이지 않고, 어차피 먹지도 않을 것이라 분유 수유에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다. 전부 갈아서 주기 때문에 이가 없어도 충분히 삼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병원에서 시작하라고 했더라도 아기가 싫어하거나 소화를 못 시키면 중단 하면 된다. 나도 육아 초보이지만 수유량 늘리기든 이유식이든 아기가 싫어하는 것은 절대 억지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법은 결국 실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모든 아기들이 인스타에서 본 이유식 먹는 아기들처럼 꿀떡 꿀떡 잘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아기들도 있지만 안 먹는 아기들도 있다.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꾸 까먹는다. 얘네도 사람이고 모두 다르다는 걸.

아무쪼록 모든 아기와 엄마의 첫 이유식을 응원하며..!

쌀미음 할 때 쌀 12g을 계량한 모습이다. 재료들이 다 손가락 크기 만큼씩 들어간다. 아기꺼는 다 이렇게 귀엽고 앙증맞다♥︎

 

 

Posted by 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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