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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박박

쌍둥이 이모님(산후도우미, 베이비시터) 모시기 대작전

by 닮은 2020. 3. 21.

쌍둥이 케어 가능한 이모님 모시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년 일이라 올해는 바뀐 내용도 많긴 하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본다.

 

보건소 산모, 신생아 건강 관리 지원

기본적으로 산후도우미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여야 하고 산모나 아이의 상황, 소득에 따라 자기 부담금과 정부 지원금이 세부적으로 나눠져있다. 그런데 이건 복지로 기준이고 웬만한 지자체에서는 소득에 상관없이 지원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자기 부담금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반 넘는 금액을 지원해준다. 우리 애들이 태어났던 2019년에는 쌍둥이 케어 가능하신 도우미가 한분이 오시고 일당 자체가 높았는데 2020년부터는 두분이 오시는 것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두분 오시는 것이 금액이 더 비싸지만 아무래도 더 여유롭고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청은 출산 예정일 40일 전부터 실제 출산후 3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애들은 27주생이라 30일에 한창 1.5키로를 향해 병원에서 열심히 사투를 벌이고 있을 시기였다. 이런 이른둥이 아가들은 퇴원일로부터 30일 내에 신청하면 된다. 그러나 어쨌든 산후 도우미 서비스 자체를 120일 내에 모두 완료를 해야 한다. 그러니깐 무슨 말인가 하면 30일 내에 신청하더라도 산후 도우미 종료일이 출생일 기준으로 120일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애들은 후둥이가 71일째, 선둥이가 81일째 퇴원하고 바로 추석이라 그 주는 남편이랑 같이 보다가 추석 연휴 끝나고부터 모시기로 했다. 그런데 원래는 연장을 하고 싶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120일이 넘어 가서 표준 15일 (3주)를 하고 그 이후로는 개인적으로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게 되었다. 

산후도우미는 결국 일반 업체에 외주를 주는 형식이다. 보건소에 가면 업체 리스트를 주는데 그 중에서 원하는 곳에 연락해서 예약을 하면 된다. 업체마다 서비스 가격은 다른데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는 가격이 동일하다. 예약을 하면 업체에서 산모를 바우처에 등록한다. 본인부담금은 선불로 내고 정부 지원금은 하루에 한번 결제를 한다. 결제 단말을 직접 가져오셔서 아이 사랑 카드(바우처)로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다. 

쌍둥이 전문 산후도우미

업체에서는 산후도우미의 경력과 능력에 따라 등급이 있다. 보통 일반, vip, vvip 등으로 나뉘고 고급 인력일수록 당연히 일당이 비싸다. 그리고 쌍둥이, 다른 형제 여부, 다른 가족 케어 여부 등등에 따라 추가금이 붙고 어떤 업체에서는 쌍둥이는 선택의 여지 없이 vip로만 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쌍둥이 추가금이 또 있다! 즉, 쌍둥이 이모님을 모시기 위해서는 쌍둥이 산후조리 비용 + vip 비용 + 쌍둥이 추가금 이렇게 추가금이 3번이나 더 붙는다. 쌍둥이 산후조리 비용이 다른 것은 아이가 두명이니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무조건 vip 관리사를 배정하거나 쌍둥이 추가금이 또 붙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지원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쌍둥이 추가금"이란 명목으로 하루에 7000원이 더 붙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끝나는 날 관리사에게 직접 주라고 했으니 아마 카드 결제도 현금 영수증도 안됐을 것이다.

산후도우미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산후도우미는 60대로 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이셨다. 나에게 있어 약간 할머니와 엄마 중간 느낌이었고 아가 둘을 혼자 충분히 케어가능하신 믿음직스러운 분이셨다. 그리고 요리를 정말 잘하셨는데 이 분의 닭볶음탕을 잊을 수가 없다. 손도 빠르시고 집안일도 깨끗하게 잘 해주셨다. 친할머니처럼 젖병 열탕도 매일 해주셨다. 다만 전화도 자주 받으시고 TV도 많이 보셨다.

2주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베이비시터 고용하기 전까지만 스케줄 되는 분으로 아무나 오셨으면 좋겠다고 업체에 연락했다. 그래서 두번째 산후도우미를 모시게 되었다. 40대로 같은 동네에 사는 분이셨다. 혼자 둘 케어하는 것은 약간 버거워보였고 그래서 내가 잘 수가 없었다. 젖병 꼭지를 캡에서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씻으셔서 좀 놀랐다. 이건 그 분을 위해서라도 업체에 말할걸 그랬나. 다른 집에서 클레임 들으실 것 같다.

이때쯤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게 되어 오시는 날짜가 확정이 되었다. 이틀 독박을 하고 그 다음주부터 일주일동안 세번째 산후도우미가 오셨다. 이분은 보육교사, 산후관리사, 베이비시터 3가지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계시고 보육교사를 10년 넘게 하신 산후도우미계의 엘리트 이모님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이 분이 좋았던 점은 바로 본인들의 친손주가 쌍둥이라 쌍둥이 육아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육아템도 내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너무 부담스럽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분이셨다. 아마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정해지지 않았으면 이 분을 모셨을 정도로 좋은 분이셨다. 휴대폰도 거의 보지 않았고 TV도 안 보셨다.

베이비시터 채용하기

개인적으로 베이비시터를 채용하기 위해서 단디헬퍼와 시터넷을 이용했다. 단디헬퍼와 시터넷에는 무료로 채용 공고를 올릴 수 있다. 제목을 강조하거나 노출이 더 되게 하려면 결제를 해야하는데, 무료로 올렸는데도 연락이 많이 왔다. 10분 정도 연락이 왔는데 이 중 몇분은 중간에 연락이 끊겼고 최종적으로 면접을 본 것은 네분이었다. 시터넷에서 쌍둥이로 체크하면 시급이 자동으로 13000원으로 설정되는걸 봐서 보통 시세는 13000원인것 같다. 아래는 내 요구사항과 질문 내용이다.

오면 손씻는 것 확인
근무가능 시간 9-6
자기 소개와 가능한 업무
엄마가 두시간 정도는 자는 시간이 필요 (두시간 정도는 혼자 케어가능 해야함)
이때까지 돌본 아가들 
전 직장을 그만 두신 이유
시급제
6개월 이내 등본, 보건증(건강 진단 결과서) 제출
베이비캠 있다는 것을 고지
쌍둥이 경험, 신생아 경험
그만 두시는 경우 일주일 이내로 말씀 주실 것
한달에 한두번 외래시 같이 가주실 것
핸드폰 사용은 자제해주시고 티비는 자극적이지 않은 (뉴스 등) 프로그램 위주로 잠깐씩 시청 가능

첫번째분 - 40대셨는데 생계형(이 아닌분이 없겠지만 특히 완전한 생계형) 베이비시터로 보였다. 하지만 직업 의식이 투철해보였고 다이어리도 가지고 다니셨다. 보건증도 가지고 다니셨다. 약간 딱딱하고 업무적인 느낌이었다.

두번째분 - 60대로 취미로 베이비시터 하시는 분 같았다. 이분도 손주가 쌍둥이인데 따님이 미국에 사시고 베이비시터가 아니라 복부인 하셔야 할듯한 상이었다. 그래도 성실하게 면접 봐주셨고 인상도 좋았다. 

세번째분 - 이분은 업체에서 수수료를 안 받겠다고 하고 소개해주신 분이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사셨는데 질문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을 안 해주시고 (예를 들어 쌍둥이는 그 전에 뭐 많이 봤었죠. 신생아도 많이 봤었죠. 반찬은 뭐 간단한 건 하죠. 이런식으로)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분은 내 마음속에서 바로 탈락하셨다.

네번째분 - 60대 초반이시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분이셨다. 이로써 그냥 이분으로 결정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경상도 분이라 엄마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다. 사실 애 보는거야 막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하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분은 면접 후에 유일하게 애들 좀 보자며 손 씻으시고 본격적으로 안아도 보시고 너무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4개월동안 정말 친손주처럼 사랑으로 돌봐주셨다. 휴대폰이나 TV는 아예 보지도 않으셨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고 반찬 하시면 반찬도 가져다 주셨고 명절 때는 우리가 친정, 시댁에 못 간다고 명절 음식까지 주셨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실 이 이모님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아주 사소한 것, 예를 들어 그릇을 정리하는 방법이라든가 그런게 달랐다. 그래서 나는 계속 그릇을 정리하고 이모님은 이모님 스타일대로 또 정리하고... 이런식으로 같은 일을 두번씩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친정 엄마가 와서 도와줘도 내가 하고 싶은대로 완벽하게 하지는 못한다. 각자 그들만의 살림 스타일이 있고 아가들 돌보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에 관해서 크게 잘못하시는게 없다면 사소하게 안 맞는 것은 그냥 지나갈 수 있어야 나도 편하고 이모님도 편하다. 4달동안 내가 친정 엄마보다, 남편보다 더 믿고 의지했었다. 지금 독박해보니 이모님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진다. 집이 엉망이고 애들은 이틀에 한번씩 겨우 목욕을 한다. 주문한 선물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선물도 못 드려서 한번 놀러 오시라고 했더니 남편이랑 많이 먹으라며 쿨하게 떠나신 이모님. 나중에 코로나 끝나면 꼭 맛있는 식사라도 사드리고 싶다. 

사진은 뜬금없지만 이 맛있는 고등어를 3개나 주셨다. 이모님이 우리집에 남기고 간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