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준에서 초기2 이유식이 시판처럼 잘 만들어졌다는 것은 묽기가 떠먹는 요거트 정도이고 입자가 아직 매우 곱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잘됐나 생각했더니 1) 쌀이나 밥 대신 쌀가루를 사용했고 2) 다짐육을 사용해서 그런것 같다.
기존에는 동네 정육점에서 우둔살로 깍뚝 썰기를 해서 받아왔는데 일반 믹서기로 써서 그런지 오래 갈아도 고기가 곱게 갈리지 않아 채로 거르면 고기가 다 걸러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정육점에서는 내가 원하는 양을 정확하게 받기 어려워서 재료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록마을 무항생제 다짐육을 주문해봤다.
초록배송이 선택이 안돼서 택배로 오려나보다 했는데 쓱배송처럼 점포에서 배달이 됐다. 오후 6시쯤에 주문했는데 다음날 오전에 안전하게 받았다. 초록마을 무항생제 한우 다짐육은 총 300 그램이고 100 그램씩 소분돼있다. 더 작은 용량도 있는데 우린 2인분을 만들어야해서 왕창 사버렸다. 할인중이기도 했다.
소고기 실패 전적이 있어서 하루 5 그램씩 4일치 2인분해서 40 그램, 넉넉히 50 그램을 넣어서 만든다. 소분돼 있는 포장을 뜯고 반으로 잘랐다. 딱 50 그램으로 잘 자르고 나머지는 다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애호박도 50 그램, 쌀가루도 50 그램, 그리고 물을 700 생각하고 여기서 증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 애들은 하루에 50 그램씩 먹고 2인분이고 4일이면 400 그램이니깐 얼추 맞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끓여보니 냄비를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 미음이 완성돼 버렸다; 뭐가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건지는 모르겠으나... 하루 50 그램씩 2인분으로 5일치가 만들어졌다..! 😱 오래 먹이지 뭐... 만들때마다 다른 레시피ㅠ 이럴줄 알았으면 편하게 이유식마스터기 살 걸 그랬다..
사과, 배, 자두는 초기이유식을 하는 4~6개월 아기들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과일이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단맛을 좋아하게 되면 안좋다고 해서 교정 200일이 훨씬 지난 우리 애들에게도 과일은 자주 안 주려고 한다. 확실히 단맛이 좋은지 가끔씩 사과를 주면 다 먹고 나서 찡찡댄다. 아무튼 오늘은 이유식 재료가 똑 떨어져서 이유식 대신 간식으로 사과퓨레를 만들기로 했다.
사과퓨레는 정말 쉽다. 사과를 적당히 잘라서 5~10분 정도 팔팔 끓인 후 믹서기로 갈아주면 된다. 사과가 말랑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매우 곱게 갈려서 망으로 거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끓이고 나서 가는게 아니라 갈고 나서 끓이면 어떻게 될까? 산 후로 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블루마마 강판 세트를 쓰고 싶기도 했다. 끓이고 난 사과를 갈기에는 너무 힘들거 같아서 강판으로 갈고 난 후에 끓여보았다.
결과는 대폭망..! 비주얼뿐만 아니라 맛도 끓이고 나서 믹서기로 가는 것이 훨씬 맛있다. 역시 하라고 하는대로 해야 한다... ㅋㅋㅋ
그렇게 3주 정도 쉬고 생후 261일, 교정 174일에 찹쌀미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책도 참고 했다. 내가 참고한 책은 이유식 책 중에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인 마더스 고양이님의 “아이가 잘 먹는 이유식은 따로 있다”와 배우 소유진님의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이유식”이라는 책이다. 그리고 책을 따로 사거나 빌릴 필요 없이 “맘마유의 친절한 이유식”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책 내용은 다 비슷하니 아무거나 봐도 괜찮다. 나도 책을 상세히 읽어보진 않았고 식단과 레시피만 참고했다.
이렇게 9개의 메뉴를 3일씩 먹였다. 메뉴는 겹칠 정도로 무난한 걸로 만들었는데 제철 채소를 먹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지 오이와 애호박이 너무 비쌌다. 그 전에 쌀미음은 밥으로 했고 찹쌀미음은 찹쌀가루를 사용했었다. 모든 메뉴는 쌀 대신 그때 쓰고 남은 찹쌀가루를 사용했다.
이번 이유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서두르지 않고 아이에게 맞춰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절대 억지로 먹이지 않았다. 하루에 보통 30ml를 먹이라고 하는데 10ml는 커녕 네다섯 숟갈 정도 먹는다. 얼마 정도 먹는지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적게 먹어서 한 통에 소분해서 두명 같이 먹였다. 브로콜리미음 할때쯤 돼서야 어느 정도 먹어서 이유식 용기를 샀다.
이유식 할때 애들이 잘 먹지 않는다면 이유식 하는 시간이나 농도를 바꿔보길 바란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딱히 정해진 시간에 애들을 깨워서 하루를 시작하지 않는다. 낮잠도 놀다가 알아서 자도록 둔다. 아마 실패했을 때는 하루 일과가 아직 덜 잡혔던 것 같다. 지금은 애들이 알아서 7시쯤에 일어나면 8시쯤에 분유를 주고 10시에 이유식을 먹이고 11시에 분유 수유를 한다.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데 너무 배가 고프면 애들은 분유를 찾느라 안 먹고 너무 배가 안 고프면 안 고파서 안 먹는다. 적절한 시간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잡히는 것이 좋다. 우리 애들은 물처럼 주르륵 흐를수록 잘 먹긴 했는데 걸죽한 것을 좋아하는 애들도 있다고 한다. 걸죽하면 먹이기에도 쉽기 때문에 서서히 묽기를 되직하게 해주었다. 10배죽, 20배죽이라는 것은 쌀 대비 물이 10배, 20배라는 것이다. 물 250에 찹쌀가루 15 정도로 시작해서 마지막 매뉴는 10배죽 정도로 해주었다. 그 외에 애들이 이유식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재료가 정말 입에 안 맞고 싫을 수도 있고, 턱받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고, 의자에 앉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고, 졸린 시간에 먹여서 싫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유식을 잘 먹이기 위해서는 아기님의 비유를 잘 맞춰드려야 한다.
이유식 도구들은 필요할 때마다 그때 그때 쿠팡으로 주문했다. 믹서기는 기존에 쓰던 걸 쓰고 있고 호기롭게 산 절구 세트는 딱 한번 썼다. 채망은 그 전에는 쓰긴 했는데 이번에는 밥이 아니라 가루로 해서 굳이 채망에 거르지 않았다. 라면 1봉지 끓이려고 샀던 밀크팬으로 이유식을 만들고, 도마도 그냥 일반 도마를 쓴다. 턱받이는 따로 사지 않고 손수건을 삼각형으로 묶어서 쓴다. 애들은 어느 정도 먹기 시작하면서 용량에 맞춰 소분하기 위해 100ml 짜리 이유식 용기를 샀다. 이유식 스푼 성능(?)은 다 비슷해보여서 그냥 예쁜 걸로 샀다. 쌍둥이라 두개 사긴 했지만 실제로 먹일 때는 스푼 하나로 먹인다. 하이체어는 남편 친구에게 얻은 야마토야 뉴스쿠스쿠를 쓰고 있다. 초기1때 준비물은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지난 주말부터 소고기미음을 시작으로 초기2를 하고 있다. 오늘이 네번째날인데 다행히 소고기 들어간 것도 잘 먹어주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어야겠다.
생후 179일, 교정 92일 선둥이 후둥이 모두 6키로 후반이었을때 외래에서 7키로가 넘으면 이유식을 하라고 했다. 나는 육아의 이응도 모르고 그냥 애들을 살려서 잘 키워준 병원을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에 시키는대로 하는 편이다. 그 날로 이유식에 대해서 찾아보고 애들이 7키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결국 7키로는 1월 15일 다음 외래를 볼때가 돼서야 넘게 되었다. 이제 막 7키로가 됐고 아직 앉지도 못하는데 너무 빨리 하는건 아닌가 생각 한 것도 있고, 사실 약간 귀찮은 것도 있긴 했는데 애들 이유식은 잘 먹냐고 물어봐서 아직 안 먹이는데요.. 했더니 지금 먹이셔도 된다다. 이 얘기를 들었더니 왠지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이유식을 서두르게 됐고 결국 초기 이유식을 실패했다.
이유식은 떠날 이 離 젖 유 乳 즉, 젖을 떼고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완모 아기는 6개월 후, 완분 아기는 4-6개월 이내에 하면 된다고 한다. 초기 이유식은 두단계로 나뉘는데 초기1은 알러지 반응을 보기 위해 채소 한가지와 쌀로 만든 미음을 준다. 초기2부터는 육수를 쓰고, 소고기나 닭고기를 먹고, 채소도 두세가지를 넣는다.
나는 마음이 급해서 초기1을 두번만에 끝내려고 했는데 이것때문에 실패한 것 같다. 친구네 애들이 초기1을 쌀과 찹쌀만 하고 바로 초기2를 넘어갔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급하게 체망(거품 건지는 국자)을 사고 쿠팡으로 이유식 숟가락을 주문했다. 키티 덕후였던 시절 샀던 계량 저울을 이제야 쓰는구나 생각했다. 생후 219일 교정 132일, 갓 7키로를 넘겼을 때였다. 식단표는 다음과 같다.
쌀미음 4일 찹쌀미음 4일 소고기미음 3일 소고기애호박미음 3일 소고기양배추미음 3일 소고기청경채미음3일, (1일차까지 하고 이유식 중단)
잘 먹는 애들도 아니었는데 초기1만 하고 2로 바로 넘어간 것이 이유식을 실패한 첫번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게 절대 아니다. 4-6개월 쯤에는 엄마에게서 받은 철분발이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분 보충을 위해 초기2(소고기)를 빨리 하는 것이 드문 경우가 아니다. 단 소고기 맛이나 냄새 때문에 아기가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기 반응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유식은 아기도 처음이지만 만드는 엄마도 처음이다. 내가 이유식을 만들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바로 양이다. 도대체 얼마와 얼마를 넣어서 결국 양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가? 모유 정도의 묽기가 될때까지 끓이라는데, 굳이 끓이지 않아고 섞기만 해도 그 정도의 묽기인데 뭐라는건지. 쌀가루로 하는 방법, 밥으로 하는 방법, 쌀을 불려서 하는 방법 중 뭘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계량 또한 책마다 블로그마다 천차만별이다. 한번이라도 만들어봤어야 감이라도 잡을텐데 말이다. 이렇게 이유식에 이응도 모르고 만들다 보니 욕심만 생겨서 소고기도 많이 채소도 많이 쌀가루도 많이 많이 넣고 말았다. 아기 성향도 모르고 진한게 좋은 줄 알고 진하게 만든 것이 실패한 두번째 원인인 것 같다. 이게 더 큰 원인인 것 같다.. 사실 1을 두번만 하고 2로 넘어갔더라도 먹기 싫어하면 그 날은 몇숟갈만 주고, 굳이 3일 딱딱 맞춰할 필요 없이 천천히 조금씩 일주일 정도를 주었다면 막 잘 먹기까지는 아니어도 중간에 쉬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쨌든 그건 가정일 뿐이니까 ㅎㅎ
다른 엄마들이 이유식을 너무 안 먹어요 하는거 다 우리 애들처럼 안 먹는 줄 알았다. 고개 도리도리 하거나 혀로 밀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엉엉 울고 대성통곡을 했다. 운다고 입을 앙 벌리면 그때 쏙 넣었다. 18일째, 소고기 청경채 미음 1일차에 아무래도 이건 아닌거 같아서 이렇게 싫어하는데 계속 먹여야 하냐고 맘스홀릭에 글을 올렸더니 무려 아기 학대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 댓글을 보고 나도 울고 아기도 울고 결국 그 날로 이유식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 후 3주 정도를 쉬고 다시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욕심을 버리고 아주 천천히 진행했다. 초기1을 한달을 하고 오늘 마지막 메뉴를 들어갔다. 억지로 먹이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울면 먹이지 않았다. 그리고 애들이 어설프지만 앉을 수 있게 된 것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른둥이들은 특히 이유식을 먹이기가 쉽지 않다. 일단 도대체 생후로 먹여야 하는지 교정일로 먹여야 하는지부터 판단하기가 어렵다. 또 잘 안 먹는 아이일 경우 괜히 이유식을 했다가 몸무게가 안 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는 엄마들도 많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이때쯤 먹이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앉지도 못하고 이도 안 났는데 너무 빠른건 아닌가 하는 엄마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 병원에서 이유식 시작하라는 말은 이유식을 식사로 하라는 말이 아닐 것이다. 정말 조금씩 이유식 숟가락으로 세네 숟갈 정도만 먹여도 된다. 앉을 수 없으면 안고 먹이면 된다. 아직 수유를 대신할 정도로 먹이지 않고, 어차피 먹지도 않을 것이라 분유 수유에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다. 전부 갈아서 주기 때문에 이가 없어도 충분히 삼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병원에서 시작하라고 했더라도 아기가 싫어하거나 소화를 못 시키면 중단 하면 된다. 나도 육아 초보이지만 수유량 늘리기든 이유식이든 아기가 싫어하는 것은 절대 억지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법은 결국 실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모든 아기들이 인스타에서 본 이유식 먹는 아기들처럼 꿀떡 꿀떡 잘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아기들도 있지만 안 먹는 아기들도 있다.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꾸 까먹는다. 얘네도 사람이고 모두 다르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