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애들을 재우려고 불을 다 끄고 누웠는데 유난히 평소보다 격하게 놀다가 후둥이가 벽 모서리에 이마를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 나 자신도 그렇고 누군가가 혹이 이렇게 크게 난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단 몇초만에 물풍선 커지듯이 혹이 부풀어 올랐다. 이때가 밤 10시 10분쯤이라 일반 소아과는 문을 다 닫았을테고 심야 진료를 하는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해서 일단 당근에 병원을 찾는 글을 올리고 검색을 했다. 하필이면 수지 맘카페가 며칠전부터 휴면 상태가 되어 물어볼 데가 없었다.
일단, 집에서 제일 가까운 24시간 진료 보는 곳은 수지호병원인데 전화해봤더니 코로나 때문에 24시간 진료를 축소하여 공휴일, 주말에만 한다는 것이었다. 겨우겨우 검색해서 들어간 사이트에서는 오후 7시, 8시까지 하는 병원을 심야 진료 병원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무용지물이었다. 검색만 하다가는 안될거 같아서 119에 전화해보았는데 119에서도 일반 소아과는 지금 진료 보는 곳이 없고 3차 병원에 가야한단다. 결국 집에서 제일 가까운 분당 서울대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3차 병원 응급실에 가기 싫었던 이유 중 하나는 대기를 너무 많이 해야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검사 하고 진료 보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사실 응급실에 처음 가보는데다가 며칠전 시아버지가 응급실 갔을 때 남편 말을 듣고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대 병원 응급실이었는데 남편은 아침에 가서 거의 밤 12시가 되어서야 돌아올 정도로 대기를 많이 했고 언제 부를지 몰라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느라 하루 종일 밥도 못 먹었다. 돌아가시는 분들도 보고 욕하는 진상도 보고 아주 난리통이었다고...) 그런데 분당 서울대의 심야 응급실을 생각보다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지도에서 분당 서울대 응급실을 찾으면 왜 때문인지 저렇게 3군데가 나오는데 응급 의료 센터는 B이다.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제일 처음 보이는 곳이다. 선별 진료소에 가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크게 이상 증상이 없으면 바로 접수가 가능하다. 앞에 컨테이너 대기실이 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있는 편이어서 중간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면서 대기를 했다. 애들이 잠은 오는데 공원에 재미있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잠을 안 자려고 해서 유모차에 태우면 내리려 하고 차도에 뛰쳐 나가려고 하고 안으면 내려 내려 내려주면 안아 안아.. 신생아 시절 사실 낙상 사고에 대해 교육 받았을 때 낙상 사고 후 구토나 처지는 증상 있으면 위험한 거라고 이미 알고 있어서 이 정도로 활발하면 괜찮은거 같으니 집에 그냥 갈까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더군다나 갑자기 오는 바람에 물이나 간식도 안 챙겨왔는데 병원 안에는 못 들어가고.. 차에 있던 뻥튀기만 줬는데 애들도 나랑 남편도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들어갔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어나 볼 걸..)
접수할 때는 최소 3~4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다행히 1시간 조금 넘게 (1시간 20분 정도 대기 후 자정을 조금 넘어) 대기한 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전화로 연락이 오면 들어가면 된다. 규모도 드라마 같은데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작았다. 그리고 밤이라 그런지 환자들이나 보호자들도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애만 난리 침.. 의사, 간호사도 차분하고 친절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역시 구토나 처지는 증상이 있냐고 물어서 전혀 없다고 했다.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 사실 x-ray는 의미가 없고 ct를 찍어야 하는데 너무 어린 경우에는 방사선에 노출 되기 때문에 원한다면 찍지만 안 찍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소독하고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메디폼 붙이고 잠깐 관찰.. 조금 있다가 퇴원해도 된다고 한다. 원래 소아 머리 손상으로 내원할 경우 몇시간 정도 관찰해야 하는데 이미 밖에서 대기한 시간이 있어서 괜찮은 것 같다. 내일 어린이집은 보내지 말까요? 했더니 일상 생활을 안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단 지연성 출혈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어린이집에서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내원해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집.. 어린이집이 제일 안전하다.. 아기가 실제로 사는 집은 너무 위험해.. 😭
응급실 실비 처리 해야지! 하고 수납을 하는데 8천원 나왔다. 메디폼이랑 타리비드 연고 받아왔는데 약국에서 메디폼만 사도 5천원은 넘을텐데... 진짜 대한민국 의료 보험 만만세다. (검색해보니 모두 이렇게 싼 건 아니고 미숙아 외래 진료비 지원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 지켜보라는데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응급실 가는 일 없도록 잘 봐야겠다. 어휴 진짜 애들 다치는 거 한 순간..
영유아 낙상 사고 등 머리 손상 시
- 의식이 있는지, 구토 하는지, 머리를 많이 아파하는지, 어지러워 하는지, 잘 걷고 주먹을 잘 쥐는지, 잘 보이는지, 코나 귀에서 피나 액체가 나오는지.. 이런 증상이 이상 증상이다. 그 외에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응급실이든 병원이든 진료를 받도록 한다.
- 굿닥이고 달빛 병원이고 뭐고.. 10시 이후로는 심야 진료 병원 없으니 앞으로는 검색하다가 시간 버리지 말고 그냥 3차 병원으로 가야겠다. 가까워서 분당 서울대로 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분당 서울대가 코로나 거점 병원이기도 하다보니 아마 제생 병원이나 분당 차로 갔으면 몇분 더 일찍 진료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용인에는 강남 병원이 달빛 어린이 병원으로 지정되어 자정까지 진료를 본다. (용인 강남 병원은 종합 병원급이다.) 그 외에 수지에서 가까운 곳으로는 수지호병원 (수지구청역 근처, 여러과가 함께 있는 꽤 규모가 큰 병원인데 원래는 24시간 진료이나 최근 코로나 때문에 진료가 축소되어 주말, 공휴일에만 심야 진료를 한다.), 수지 롯데몰 내에 있는 하늘빛 소아 청소년과 의원(휴일에도 롯데몰 영업시간인 9시까지)이 있다. 심야 진료는 아니지만 평일 8시까지 또는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수지 근처 곳곳의 이안 소아과에서 진료를 볼 수 있다. (수지구청, 동천, 성복, 광교 등에 체인(?) 처럼 있다.)
- 당장은 증상이 없어 보여도 지연성으로 뇌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넘나 무서운 것.. 😳) 일주일 동안 제발 아무일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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