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대구라 대학교 때에는 기숙사도 살고, 하숙도 살고 하다가 졸업하고 나서 자취한 이후로 6년 동안 원룸 3곳을 돌아다니면서 살았다. 첫번째 동네는 학교 근처 노고산동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이었다. 피터팬에서 구한집이었는데 여기서 1년 반 정도를 살다가 왕십리로 이사를 갔다. 거기에서는 부동산에서 집을 구했고, 그 부동산이 친절하여서 그 다음 집도 그 부동산에서 계약했다. 다행히 큰 일은 없었지만 원룸 구하면서 이렇게 했으면 더 잘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공유도 하고 그냥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써본다.
1. 벌레 - 첫집은 가을에 계약을 해서 들어갔는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5월 쯤이었나 책상에 앉아서 책 보고 있는데 뭔가 새끼손가락 손톱 만한 까만것이 기어다니는 것이었다. 뭐지 하면서 생각 없이 죽였는데,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자 그 벌레가 계속 나오는 것이었다. 알고봤더니 ㅂㅋ벌레였다. 주인에게 말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고 다른 집에서는 그런 말이 없는데 왜 너만 그러냐는 식으로 말했다. 월세 35만원에 세스코를 부르기에도 부담이 되어서 여름 동안 평일에는 회사에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집에서는 씻기만 했고 주말에는 대구에 내려가거나 친구 집에서 자는 생활을 한달 정도 했다. 나중에 창문을 봤더니 방충망이 찢어져 있어서 막긴 했는데, 막아도 계속 나오긴 나왔다. 아무튼 나는 이후로 한동안 혼자 잘 때 불을 끄고 잠을 못 잤다.
2. 결로와 곰팡이 - 결로는 원룸은 정말 어쩔수 없는 문제인것 같다. 결로를 막기 위해서는 환기를 잘 해줘야하는데 원룸에는 베란다도 없고, 집에 사람이 없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문을 열고 나갔다가 도둑이 들 수도 있고 비가 오면 닫아줄 사람이 없어서 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기에도 곤란하다. 결로 자체로는 괜찮은데 결로가 생기면, 그 다음으로는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주말에라도 꼭 환기를 해줘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아주 작게라도 베란다가 있는 원룸을 구하거나 결로가 안 생길 정도로 단열이 잘 되는 집 (벽이 두껍고 창문이 3중창인 집)으로 구하는 것이다. 첫번째 집은 집이라기 보다 지붕과 문이 있는 실외; 같은 느낌이어서 안도 굉장히 추웠기 때문에 결로는 없었고 (대신 싱크대 물이 얼곤 했다.) 두번째 집은 결로가 안 생기는 튼튼한 집이었고, 세번째 집에서 결로와 곰팡이가 있었는데 락스로 곰팡이를 없애고 제습기를 사서 나름 잘 해결 하였다.
3. 소음 - 원룸은 벽과 벽 사이도 문제지만 중문이 없기 때문에 복도를 통해 소리가 굉장히 잘 전달되는 구조이다. 그래서인지 집은 제일 구렸지만 한 층 당 세대수가 가장 적고 한쪽으로만 집이 있고, 방 자체도 좀 컸던 첫번째 집에서 소음이 제일 없었다. (그래서 벌레 기어다니는 소리가 더 잘 들리곤 했다..) 세번째 집에서도 내가 살았던 1층에는 두집밖에 없어서 앞에 누가 살긴 했는지도 몰랐다. 문제는 두번째 집이었는데 여기는 집은 튼튼했는데 너무 작게 구획을 나눠놓아서 한 층에 여섯집이 있었다. 게다가 음악, 이야기 소음이면 그나마 이해를 했을텐데 ㅅㅅ 소리가 들려서 너무 괴로웠다. 주인을 통해서 항의 하긴 했는데 그러면 며칠 잠잠하다가 또 그랬다. 한양대생 같은데 진짜 애 생겨서 둘 다 인생 쫑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는 녹음도 했다. 증거를 모아서 민원을 넣으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 며칠전부터 헤어졌는지 안 들려서 안도했다. 어떤 또라이가 살지 모르니 한소리 하기에도 무서웠는데 아무튼 이런 일도 있었다.
4. 집주인과 부동산 - 첫번째 주인은 집은 구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어린 나를 많이 이해줬던 것 같다. 원래 2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1년 반 정도로도 해줬고, 이사 나올 때에도 원래 계약서를 주고 왔어야 하는데 개념없이 그냥 잃어버렸는데요 했더니 쿨하게 알겠다고 넘어갔다. 참고로 계약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 세번째 집은 거의 천사라고 할 수 있었다. 세번째 집은 아저씨가 게스트하우스도 하고 부동산 임대업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집에 문제있으면 빨리 피드백 주시고 신경도 많이 챙겨주셨다. 문제는 두번째 주인. 할배&할매였는데 여기서 집 하나 지어놓고 노후는 학생들 등골 뽑아 먹으면서 잘 살아 보겠다는 사람들이었다. 장암사이라는 닭요리집 옆집인데 지금도 계약할 때, 경상도 사투리 쓰는 할배나, 말 조곤조곤하게 하는 할매 나오면 다시 생각해보세요. (주인 바뀐거면 여기 좁긴해도 되게 좋은 집이긴 해요.) 계약 만료 3개월 전에 일단 예정대로 집을 나가겠다고 말을 했더니 부동산에 집 내 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세입자가 정해졌다는데 나한테 좀 일찍 나갈수 없겠냐고 해서 나는 2달 정도 일찍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좀 서둘러서 다음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이사날이 되었는데, 내가 일찍 나가게 되었으니 중개수수료를 내가 내야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생각에는 내가 너무 일찍 말해서 약간 커뮤니케이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건 부동산 사장님이 잘 말해주셔서 중개수수료는 주인이 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것마저도 보증금을 돌려 받는데 중개수수료 반을 빼고 주려는 개수작을 부려서 엄마가 화를 내서 받았다. 그리고 짐을 빼고 집 상태 확인을 하는데 의자가 없다고 또 난리를 치는 것이다. 의자는 내가 들어 올 때 분명히, 앞에 살던 애들이 본인 의자를 쓴다고 원래 의자를 밖에 내놨더니 분실이 되었다고 해서 그럼 괜찮다고 해서 오히려 내가 양보하고 들어온건데, 지금 와서 원래 없던 의자를 내 놓으라고 하니 너무 황당했다. 좋은 의자라고 강조하면서 의자 값으로 20만원을 주고 나가라는 것이다. 이 중요한 순간에 바로 내가 계약서를 분실 한 것. 계약 당시에 의자가 없어서 부동산 사장님이 계약서에 의자에 빨간 취소선을 그어 주셨는데, 정말 천만 다행히도 계약서는 부동산에서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로 의자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의자도 무사히 클리어.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달라고 했는데 잃어버렸다고 하니 그럼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또 난리 난리. 아니 그럼 그 없어진 계약서를 내가 찾을 때까지 여기서 평생 살아야 하는 건가? 이것도 부동산에서 보증금을 받았다는 서약서를 써 주는 조건으로 보증금을 잘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동산에 박카스라도 사드릴걸 그랬다. 당황하지 않으시고 침착하게 잘 대응해주셨고, 또 원래 부동산은 집주인 편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세입자를 많이 배려해주셨다ㅠ 이 부동산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왕십리 6번 출구 대웅부동산입니다. 여기도 사장님 바뀌셨을라나ㅠ 안경 끼고 되게 인자하게 생기신 분이 아직 하고 계시면 완전 강추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세상의 냉혹함을 맛 보고 세번째 집으로 이사했다. 보증금 받는게 늦어지니까 새 집에 보증금 드리는 것도, 이사도 늦어졌다. 다들 그 할배가 하는 행동을 보고 (학생은 아니었지만) 학생이 고생 많았다고 새 집 주인 아저씨와 이사 업체 기사님들도 계속 기다려주시고 이해해 주시고, 나중에 같이 욕해주셔서 (ㅋㅋ) 너무 감사했다. 진짜 지금 생각해보면 이사 업체 기사님들한테는 점심 값이라도 드렸어야했는데 말이다. 아무튼 좋은 사람들도 다행히 많다!
5. 어떻게 끝을 내야할지 몰라서 그냥 갑자기 끝 냄.
난 지금 결혼하고 애도 낳고 용인 시민이 되었다. 오랜만에 그 집을 찾아보니 주상복합(?)이 되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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